이상적인 인간관계?

일기 2009. 6. 18. 00:59 |

 

모든 인간관계는 평형상태 - equilibrium, 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연인과의 관계도. 양쪽이 전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거나,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전자이던 후자이던 그 평형상태가 유지되면 그 관계는 성립하는 것이다. 그 관계에서 누가 얼만큼의 에너지를 더 소모하느냐는 두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 삶의 방식에 달려있을 것이다.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거의 아무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관게는 극히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인간이 완벽한 성격과 포용력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숙사에서 자주 보던 친구들이라 하더라도, 친한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부모님이라 하더라도 서로 안 맞는 점들을 맞추어 주면서 평형 상태를 만들어 가게 될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평형 상태는 어느정도 내가 나 자신을 약간 다듬고 맞추어서 상대에게 맞춰주기 때문에 이루어 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평형 상태를 맞추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가 적으면 적을수록 친한 사이가 된다. 사람이 잘 맞는다는 말은 아마 이런 경우에 쓰이는 말일지도. 하지만 반대로, 한쪽이던 양쪽이던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가 너무 커지면 그 관계는 깨져버리고 만다.

연인 사이에 있어서도 이 평형상태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인 사이는 보통의 일반 친구들과 같은 인간관계에 애정이라는 줄로 이어져 있어 훨씬 더 단단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저 애정이라는 줄이 평형상태를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로, 저 약한 줄에 의존하기보다는 상대에게 맞춰 가면서 서로가 적은 에너지를 들이고 평형을 맞출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될테니까.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한 "길들이다"는 개념이 아마 이런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적인 친구도 그렇고, 이상적인 연인도 그렇고, 서로가 맞춰주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딱 맞는 그런 사이 ㅡ 에너지 소모가 전혀 없어도 평형상태가 이루어지는 관계 ㅡ 가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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